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약 12년전에 썼던 Magma - Kohntarkosz 음반 리뷰
    음악/감상평 2011. 5. 9. 00:29
    1997년인가 1998년에 썼던 Magma의 Kohntarkosz 앨범 리뷰글을 웹 어디선가 찾았다. 나 자신도 따로 보관하지 못했던 글인데....ㅎㅎ 여기다 복사해 놓는다.

    ---------------

    MAGMA - Kohntarkosz (발매년도: 1974)

    1. KOHNTARKOSZ Part One

    2. KOHNTARKOSZ Part Two

    3. ORL ALARM

    4. COLTRANE SUNDIA

    마그마(Magma)

    많은 음악 청취자들에게 생소하게 다가갈 프랑스 그룹 ‘마그마’. 이삼년 전만 해도 마그마는 우리나라 음악 청취자들에게 전적으로 생소한 존재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 청취자들의 음악 감상폭이 넓어지고, 체임버 락, RIO 계열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그마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꽤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적잖은 음악 청취자들이 ‘프랑스의 국보급 밴드’ 라든가 ‘프랑스 음악계의 자존심’ 등으로 표현되는 마그마의 음악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라이센스로 소개되는 본작 Kohntarkosz를 통해 마그마 음악의 진수를 느껴보시기 바란다.

    마그마는 1969년에 드럼 연주자인 크리스티앙 반데(Christian Vander)를 중심으로 모인 프랑스의 진보 음악 집단이다. 이들은 초기에 블루스와 재즈를 연주하였으나, 곧 크리스티앙 반데의 이상 세계에 대한 비전이 함축된 이야기 - 코바이아(Kobaia) 신화 - 를 컨셉트로 사용하고, 즉흥적으로 지어낸 언어를 사용하면서 좀 더 독특하고 힘있는 음악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후 1970년의 데뷔 앨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그마는 수십여장의 앨범을 발표하였으며, 재즈와 현대 음악, 동구권의 민속 음악, 흑인 음악을 망라하는 광범위한 요소들을 융합한 독창적인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다른 모든 요소들을 떠나 마그마의 음악은 ‘영혼을 울리는 외침’으로서 영속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티앙 반데(Christian Vander : Zebehn)

    마그마의 오랜 고정 멤버이며 크리스티앙과 미스테리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스텔라 반데(Stella Vander)가 얘기하듯이, 마그마는 크리스티앙 반데와 동격이다. 크리스티앙 반데는 마그마의 영감과 아이디어와 에너지의 원천이다. 마그마의 작품들이 대부분 크리스티앙 반데의 창조물임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마그마를 거쳐간 수많은 음악인들이 그로부터 음악적이고 정신적인 자양분을 얻었다. 그들 대부분은 마그마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음악적 역량을 발휘했다. (대표적 인물이 야닉 탑(Janik Top)이다.) 크리스티앙 반데는 청소년기부터 존 콜트레인의 절대적인 추종자로 알려져 있다. 존 콜트레인의 새앨범이 발매되면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고 드럼을 두드리곤 했다는 크리스티앙. (그의 연주가 때로 엘빈 존스를 연상시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그는 존 콜트레인으로부터 ‘음 하나하나에 혼신을 불어넣는 자세’, ‘신에 대한 궁극의 사랑’, ‘영적인 것에 대한 갈구’를 배웠으며, 이는 크리스티앙 반데에게 가장 근본적인 영감의 원천으로 자리하고 있다. 크리스티앙 반데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기억해 둘 만한 것들을 몇가지 더 적어본다. 그가 존 콜트레인 이전에 즐겨 연주했던 음악은 스트라빈스키이며, 러시아 오페라와 칼 오르프, 바그너등 독일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가 오티스 레딩, 레이 찰스 등 초기 모타운 음악을 즐긴다는 사실, 그가 집시의 후손이며 슬라브 지방의 민속 음악이 그의 몸에 짙게 배어 있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그가 부두교와 엑소시즘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크리스티앙 반데의 음악은 이 모든 요소들의 ‘융합점’에 위치한다.

    크리스티앙 반데 적 유토피아 = 코바이아(Kobaia)

    “인류는 가까운 미래에 파괴와 혼돈 속으로 잠겨버릴 족속이다. 인류는 인간다움을 포기했으며, 인류는 무식한(Vulgar) 존재들이다. 이런 인류에 의해 야기된 지구의 폐사 상태를 피해 한무리의 지구인들은 새로운 별 - 코바이아 - 을 찾아나선다. 그들은 우주선을 건조하고 우주 항해를 준비한다.” 1970년대 중반까지 마그마의 작품들에 기본 컨셉트로 사용되었던 코바이아 신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코바이아 신화는 다소 유치하고 산만한 플롯에도 불구하고 그 근본 메시지 - 영적인 것(신)에 대한 갈구와 존재의 정화(Purification) - 는 강력한 어조로 정확히 전달한다. 실제로 이 메시지는 마그마의 음악에 일관된 힘을 부여하며, 마그마의 작품들은 이 신화의 완성으로 향하는 경로를 일사분란하게 따르고 있다. 마그마의 첫 두 앨범이 당시에 일부 그룹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소프트 머신 류의 재즈록이었으면서도 유별난 에너지와 일관성을 표출했던 것은 바로 앨범에 내재된 과격한 메시지 - 세기말적 코바이아 신화 - 때문이다.
    코바이아 신화는 THEUSZ HAMTAAHK 3부작 - 1부: Theusz Hamtaahk(라이브로만 연주), 2부:Wurdah Itah(1974), 3부:Mekanik Destruktiw Kommandoh(1973) - 에 이르러 신화의 전개와 음악적인 면 모두에서 절정을 이루게 된다. 이 세 작품은 크리스티앙 반데와 마그마가 이룩한 최상의 작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사실상 이 세작품의 완성으로 코바이아 신화는 종결되었다. (본래 크리스티앙 반데는 THEUSZ HAMTAAHK 3부작 이후에 두 개의 3부작을 더 구상하고 있었으나, 두번째 3부작의 첫작품이며 마그마의 네번째 정규 앨범인 ‘Kohntarkosz’의 상업적 실패로 인해 구상했던 3부작 사이클의 녹음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한다.)

    코바이아어(Kobaian)

    미지의 언어는 의미보다는 청각적 이미지로 뜻을 표현한다. 음악에 사용되는 언어로서 이보다 이상적인 언어가 있을 수 있을까? 크리스티앙 반데는 가상의 언어 코바이아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에 완전히 조화되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악기를 통해서는 불가능한 구체적인 의미의 전달에도 성공했다. 더구나 코바이아어는 코바이아 별 사람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애초에 코바이아어는 마그마의 리허설 중에 즉흥적으로 지어낸 옹알거림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즉흥적인 소릿말은 곧 마그마의 음악에 신명을 불어넣는 요소로 인정되었고, 이후 크리스티앙 반데와 클라우스 브라스키(Klaus Blasquiz)의 공동작업에 의해 한정된 언어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적(Lyrical) 언어’로서 의미 체계와 문자 형태를 갖추게 된다. (클라우스는 코바이아에 관한 크리스티앙 반데의 컨셉트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유일한 마그마 멤버였을 것이다!)

    Kohntarkosz

    “Kohntarkosz는 우연히 Emehnteht-Re의 무덤을 발견한다. Emehnteht-Re는 영원한 생의 진리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 운명의 힘에 의해 죽음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던 고대 이집트의 성인이다. Kohntarkosz는 Emehnteht-Re의 무덤에 들어서는 순간 신비한 힘에 이끌려 Emehnteht-Re의 생과 그가 터득했던 진리를 엿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Kohntarkosz는 곧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그가 엿보았던 진리의 세계는 그의 기억 속에 엷은 흔적만을 남겨 놓았을 뿐이다. Kohntarkosz는 다시금 진리를 터득하기 위해 평생을 구도하며, 생이 마감될 무렵에는 Emehnteht-Re가 도달했던 곳에 이르게 된다. 우주에 떠돌며 잠들어 있는 창조의 신 Ptah를 현신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은 다했고… Ptah는 여전히 세상에 잠들어 있다. Ptah를 깨워낼 수 있는 그곳에 다다를 또다른 인물을 기다리며… ” 이것이 Kohntarkosz 1, 2부의 컨셉트를 이루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수많은 생을 반복하며 좀 더 높은 진리를 향해 천천히 자리를 옮기는 존재의 법칙을 암시하고 있다. Kohntarkosz는 이 이야기를 그대로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크리스티앙 반데는 이미 THEUSZ HAMTAAHK 3부작을 통해 곡의 컨셉트와 음악 형식 사이의 구조적이고 서사적인 일체화를 이룩하고 있으며, Kohntarkosz에서도 내용과 형식의 일체화는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Kohntarkosz의 핵심 컨셉트는 ‘반복되는 구도와 점층적인 상승’이다. 크리스티앙 반데는 반복 상승하는 음악 구조를 통해 이를 그대로 형상화한다. 이 반복 상승 구조는 Kohntarkosz 1부의 초두에 클라우스와 스텔라의 코러스와 야닉의 베이스의 주도 하에 최초로 등장하고 - 코러스가 ‘Doweri’를 반복하는 부분 -, 1부의 중반부에 또다른 형태로 제시되며, 마지막으로 2부의 중후반부에서 진리를 깨우치는 순간의 희열을 묘사하는 듯 긴박감을 더하며 제시된다. 이 반복 상승 구조는 곡의 서사적인 역동성과 맞물려 크리스티앙 반데가 의도한 구도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반복 상승 구조의 아찔함과 더불어 Kohntarkosz의 감탄스런 점은 놀랍도록 복잡하고 미묘한 역동 구조이다. 크리스티앙 반데의 주요 음악 어법으로 두드러지는 점이 긴장과 이완을 세밀하게 조절하면서 곡의 극적 긴장감을 유도해 내는 것인데, Kohntarkosz는 이러한 음악 어법의 가장 높은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역동성의 조절면에서 드럼과 베이스의 역할은 돋보인다. 크리스티앙 반데는 템포와 프레이즈를 세세히 조절하거나 급격한 변화의 지점에 강세를 주면서 긴장과 이완의 파고를 이끄는 지휘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야닉 탑은 베이스의 울림을 길게 끌거나 짧게 끊는 연주를 통해 실타래를 감고 푸는 듯한 역동성을 창출하고 있다. Kohntarkosz는 1975년에 베르나르 빠가노띠(Bernard Paganotti) (베이스)와 디디에 로크우드(Didier Lockwood) (바이얼린)가 참가한 이후 형태가 다소 변형되어 전체적으로 탄력넘치고 명쾌하며 때로 신경질적일 정도로 과격한 모양새를 띄게 된다. 또한 본 스튜디오 앨범에선 2부의 결론이 암시와 여운을 남기는데 반해, 라이브 연주에선 클라우스와 스텔라의 격앙된 합창을 통해 완벽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그마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들어보아야 할 연주이다!)

    이 앨범에는 Kohntarkosz 1, 2부 외에 앨범의 컨셉트와는 무관한 두개의 단편 - Ork Alarm!, Coltrane Sundia - 이 실려 있다. 야닉 탑의 미니멀한 구조의 곡 Ork Alarm!은 곡 자체의 중후함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그가 나중에 만들 곡들 - De Futura, Soleil D‘Ork - 의 전조를 읽을 수 있어 흥미롭다. 존 콜트레인에 대한 크리스티앙의 사랑이 표현된 Coltrane Sundia는 마치 Popol Vuh를 연상시키는 연주곡인데, 이 당시로선 매우 마그마답지 않은 곡이라 의외라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을 들으시는 당신이 크리스티앙 반데와 마그마에 대한 대략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Kohntarkosz를 이해하는데 이 글이 일조하길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크리스티앙이 바란대로 이 음악이 제공하는 영적인 희열을 체험하시길 바라며…

    글/ 장민수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