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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펌글: 현재 시위 상황과 앞으로의 전개 방향에 대하여...
    Talks 2008. 6. 1. 19:48
    흥미로운 글이라 퍼다 놓는다.
    (출처: http://blog.naver.com/utophetia/90031764443)

    0. 현재 상황 정리

    지금의 시위는 크게 3가지 코드로 이루어져있다. 1) 쇠고기 고시 철폐 / 2)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MB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에 대한 반감 / 3) 비폭력 집회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1)번 코드로 시작된 촛불시위에 정부가 도저히 반응하지 않자 거리로 나오면서 2)번 코드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경찰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3)번 코드가 나오면서 시위는 반 정부 투쟁의 성격으로 진화했다.

    지금 이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1,2,3번 코드에 대한 반응이 필요하다. 우선 지금이라도 고시를 철회하고 재협상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과잉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찰 청장과 일부 서장을 경질하거나 직위해제하는 수준에서 이 코드들을 조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시위는 구심점을 잃고 와해될 것이다. 물론 여기서 핵심은 1번 코드 - 즉 고시 무효와 재협상이다.


    1. MB는 왜 버티고 있나?

    그 렇다면 왜 MB는 고시를 철회하고 재협상을 할 수 없나? 대통령의 불도저 스타일이니 인의 장막이니를 모두 떠나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미국에 대고 재협상을 요구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내 반발이 너무 심하니 재협상을 하자고 말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해 '내가 븅신짓을 했으니 님하 조금만 양보해 주셈'이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뻘짓이다. 그리고 미국도 그런 상황에서는 재협상을 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

    용산 용팔이와 비슷하게 생각을 해보자. 손님이 USB를 사러 와서 가격을 묻는다. 당연히 에누리 해달라고 할 거라고 생각하고 용팔이는 정가의 세배를 불렀다. 그런데 손님이 에누리를 하지 않고 세배를 지불해준 것이다. 다음날 와서 내가 바가지를 쓴 것 같으니 차액만큼을 돌려달라고 말한들 어느 용팔이가 혼쾌히 차액을 돌려주겠는가?

    결 국 미국을 재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면 다른 곳에서 쇠고기 수입 조건을 강화하는 만큼의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 오바마까지도 미국이 너무 불리하니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FTA의 조건을 바꾼다든지, 주한미군에 대한 지출을 늘인다든지 등 미국이 합리적인 선에서 납득할만한 수준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재협상을 하자고 했다가 '즐' 크리를 맞으면 세계적으로 개쪽을 당할 것이고, 테이블에 앉히려고 퍼줬다가는 다시 퍼주기 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상대는 세계의 폭력경찰 미국이 아닌가.  결국 MB 정부는 미국과 '소통'하기 보다는 국민과 '소통'하는 쪽을 택했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다.


    2. MB에게 퇴로는 없나?

    하 지만 아직까지 MB에게 한가지 퇴로는 남아있다. 바로 야당이 신청한 고시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헌법 소원을 헌재가 인용해주는 것이다. 국가간에 맺을 수 있는 최고 단계의 합의인 조약도 그 효력은 국내법과 동일한 정도에 그친다. 즉, 헌법에 위배되는 조약은 맺을 수 없고, 설령 맺었다고 해도 원천무효가 된다. 따라서 헌재가 현재의 고시안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정해준다면, 쇠고기 협상을 원천무효로 돌릴 수 있다. (고시안이 위헌 판정을 받을 만큼 국민의 기본권을 현저하게 침해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이런 정치적 사안의 판단은 결국 법리적 해석 보다는 정치적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다.)

    헌재의 위헌 혹은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나온다면 MB는 이제 미국과 재협상할 명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한국의 헌법에 위배되어서 협상이 발표될 수 없다는데 미국이 어쩔 것인가? 대한민국 헌법을 뜯어고칠 것인가? 아님 미국 대법원에서는 합헌이니 괜찮다고 할 것인가? 이렇게 되면 미국은 재협상을 할 수 밖에 없다.

    아까 USB 용팔이 건으로 돌아가보자면, 3만원에 산 USB 그냥 환불해달라고 하면 안해주겠지만(물론 소비자보호법에 의하면 일주일 내엔 해줘야 하지만) 그 USB가 불량일 경우엔 암만 용팔이라도 교환을 해주든가 환불을 해줘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인 만큼 재협상에 대한 보상을 따로 해줄 필요도 없고, 오히려 한국 쪽이 더 우위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다. 어느정도 검역 조건이 한국 쪽에 유리하게 후퇴하지 않으면 또다시 위헌 크리 맞고 재협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압박이 된다. 물론 이건 협상을 잘 할때의 이야기다.


    3. MB는 왜 후퇴할 수 없나?

    하 지만 MB는 이 위헌 루트를 선택할 수 없다. 첫째, 재협상은 하겠지만 그가 그렇게 강조하던 한미동맹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훼손된 이상으로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물론 개인적으로 나는 지난 10년간 한미동맹이 훼손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라크에 파병까지 한 나라다.) 하다 못해 세살 짜리 어린애도 사탕을 줬다가 뺐으면 난리를 친다. 하물며 국가간 협정을 유리하게 맺었다가 이걸 빼앗기는데 미국이 뿔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이는 MB정부의 친미성, 기득권과도 연관되지만 정치적으로는  MB정부를 구성하는 주요 코드 중 하나인 친미코드, 보수코드(라고 쓰고 수구코드라고 읽는)와 완전히 역행하는 것으로 MB 정부의 정체성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노무현이 과거 왼쪽 깜빡이 키고 우회전 한 것과 마찬가지로 MB정부는 오른쪽 깜빡이 키고 좌회전했다는(사실은 직진이지만)하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 최대의 우군인 CJD 라인까지도 적으로 돌릴 수가 있다. 노무현이 좌측 깜빡이를 킨 것 만으로 얼마나 얻어터졌나? 지금도 갑제는 국민의 소리에 굴복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둘 째, MB정부에게는 아직 아젠다가 많다. 지금은 쇠고기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되었지만 이후에도 대운하, 의료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등 촛불 시위가 일어날만한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줄을 지어서 기다리고 있다. 당장 쇠고기 불을 끈다고 해도 대운하 하면 대운하 촛불, 의료 민영화 하면 의료 민영화 촛불이 들고 일어난단 말이다. 일단 쇠고기 문제를 촛불로 저지하고 나면 시민들은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고 (이미 시민들은 2002 효순 미선이, 2004년 탄핵 촛불 시위로 레벨업한 상태다.) 이후 아젠다를 실행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MB에게 쇠고기 고시를 철회한다는 것은 남은 임기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임 100일차부터 레임덕에 시달리면서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여당의 파워도 친박파에게 몰릴 것이고 MB 세력은 고립될 수 밖에 없다. 결국 5년간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에서 지냈다는 사실 외엔 아무것도 건질 수 없는 것이다.

    결국 MB는 취임 100일만에 임기 내 최고의 위기에 봉착해있다. 여기서 물러서면 식물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여기서 승리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 이 기로에서 이명박은 시민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밀어붙이는 쪽을 선택했다.


    4. MB는 왜 그렇게 배후에 집착하나?

    MB 가 네티즌들에게 조롱당하는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가 그놈의 배후 타령이다. 배후가 누구냐 촛불은 누가 사왔냐 불순한 배후 세력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기타등등 기타등등. 도대체 왜 MB는 배후 세력이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그양반이 컴맹이라서? 아직도 냉전시대 사고방식에 갇혀있어서? 바보라서? 두뇌 용량이 2MB라서?

    그가 배후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배후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 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으로써 절대 다수 국민의 민의를 거스른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치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자기 부정으로 귀결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주권을 지닌 국민들의 의견을 국민의 대표인 정치인들이 수렴해서 국정에 반영한다는 것에 있다.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인은 정치적 정당성을 잃는다.

    촛불 시위에 배후가 있다면 촛불 시위의 민의는 진실된 민의가 아니라 배후 세력에 의해 조작된 민의가 된다. 민의가 조작된 것이라면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니, 오히려 따르지 않아야 한다. 결국 민의를 거스르고서도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성을 지닌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그 민의가 거짓일 필요가 있고, 따라서 민의를 왜곡하는 배후가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MB는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이 의심받을 수록 배후가 필요한데, 그가 배후를 찾을 수록 그의 정치적 정당성은 의심받는다. 이거야 말로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비극이 아닐까?


    5. 어떻게 누를 것인가?

    다 시 이야기를 돌려보자. 촛불 시위를 통해 민의가 나오고 있고, MB는 이 민의를 거스르기로 작정을 했다. 하지만 민의를 거스른다면 민주적 정당성이 떨어진다.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후를 찾지만 배후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민의를 없애는 것이다. 없는 민의를 어떻게 따르겠는가?

    바꿔 말하자면 촛불시위를 찍어 누르는 수 밖에 없다는 건데, 시위를 찍어 누르는 방법은 물리적 전술과 심리적 전술 두가지로 나뉜다. 물리적 전술은 말 그대로 때리고 잡아 가둬 겁을 줘서 시위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심리적 전술은 시위의 불법성을 강조하는 등의 수단으로 시위대를 일반 시민들로부터 고립시켜서 시민들이 유입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전자가 시위대의 수를 줄이는 공격적인 전술이라면 후자는 시위대가 늘지 못하게 하는 방어적인 전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심리적 전술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DJ가 인터넷 인프라를 깔아놓은 덕분에 정보가 무수한 채널로 빠져나오고 있다. CJD가 시위를 외면하더라도, YTN이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더라도 시위는 실시간으로 아프리카와 라디오21을 통해 중계되고 있다. 카메라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정보가 유입되면서 시위대와 시민이 격리되기는 커녕 시민들이 시위대와 동화되고 있다.

    정부가 통제하던 메이저 언론들도 지금 흔들리고 있다. 일단 조중동이 광고 폭탄을 맞으면서 최근 논조가 바뀌고 있고 방송국의 통제도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 오늘 아침엔 용자 MBC가 전의경이 시민들을 군화발로 밟는 장면까지 내보냈다. 포탈 등에서도 대문에 링크들이 풀려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MB가 믿는 유일한 보루는 시위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지만, CJD가 무너지면 이젠 시위가 국민 전체로 번질 위험도 있다.


    6. 왜 안눌러지나?

    심 리적 전술이 무너진 상황에서 남은 것은 물리적 전술 뿐인데 이쪽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일단 현행 집시법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단순참가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약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기껐해야 48시간 자고 올 것이고 재판까지 가도 벌금 몇십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자 강제 연행을 이제 무섭지 않다. '닭장차 투어'라는 말이 나오면서 강제연행 크리는 봉인당했다.

    그리고 그들의 무기인 곤봉질과 방패질은 사람을 확실히 겁줄 만큼 위협적이지 않다. 곤봉과 방패가 무서워서 시위를 빠져나가는 사람보다 오히려 곤봉과 방패질을 보고 발끈해서 나오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이다. 살수차도 마찬가지이다.

    물 리적 전술의 핵심은 일단 시위대의 예봉을 꺾어버리고 남은 시위대에게는 아 씨바 이러다가 죽겠다 라는 공포감을 심어서 시위를 해산시키는 것인데, 곤봉, 방패, 살수차로는 시위대를 압도하지도 못하고 충분한 공포를 제공해주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것은 보다 확실하고 강한 수단. 즉 최루탄 뿐인 것이다. 하지만 최루탄이 터지는 순간, 시위는 완전히 통제가 불가능한 폭동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만일 최루탄을 쓰지 못하고 청와대까지 밀려들어간다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된다. 시민들이 청와대로 진입하겠다고 하면 그땐 발포 밖에 답이 없는데, 그러면 결국은 유혈혁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7. 진짜 막장이 멀지 않았다.

    결 국은 청와대 근처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강한 것을 써서 시위대와 정면 대결을 할 것인가, 아니면 굴복할 것인가. 같은 위기에서 전두환은 심재철을 회유하고 광주에 피를 뿌려 권좌에 올랐다. 과연 이명박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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