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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것이 오디오 하는 잔재미 또는 묘미다.
하베스 5/12를 내보내고, 임시로 리버맨의 명작 두랄미늄 스탠드 위에 자태도 당당히 자리를 잡은 스피커는 10여년 전에 구입한 NHT의 1.5이다. 김유진님이 제작한 인터메쪼를 들인 이후로는 여러해 동안 한번도 주인공의 자리에 앉지 못했던 NHT 1.5! 오랜만에 제대로 된 스탠드에 올려 주인공을 시켜주니, 먼저 그 자태가 당당하다. 그리고, 소리는 어떤가! 어제 스탠드에 올려 놓고 소리를 들으니 고음은 짱짱하여 하베스보다 싱싱한 맛이 났으나 스케일은 하베스를 따라가지 못하고 중저역은 가볍기 그지 없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이 정도지 싶었으나, Ayre사에서 나온 에이징 시디를 여러번 틀어주기를 잊지는 않았다. 그 덕을 본 것인가. 저역의 양이 적은 부분은 이미 귀가 익숙해져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가운데, 오늘 낮은 볼륨으로 듣는 말러와 홀스트는 이 낡은 NHT 1.5를 다시 보게 만들고 있지 않는가! 고역은 하베스보다 시린 톤으로 섬세한 음상들을 그려내고 중저역은 양감은 적으나 충분히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윤곽을 분명히 찍어낸다. 스케일은 작아졌으나 총주의 강한 울림과 음장감은 가히 놀랍다. 좀 더 거리가 멀어졌을 뿐이지 하베스로 들었을 때보다 못하지 않은 소리의 실체감! 아니, 오늘밤엔 그보다 더한 실체감으로 다가온다! 멀리서 들리는 팀파니의 강한 타격이 더욱 기민하고 단단하다. 아! NHT 1.5의 재발견이다.
새로 주인공 자리에 앉게 될 스피커가 들어오더라도, NHT 1.5는 그 옆자리에 제 자리를 지키게 될 듯 하다. 이런 소리라면 난 충분히 음악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러의 3번이 오늘처럼 내 맘에 꽂힌 적이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