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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의 기억 (2): EDGE G8+와 eben X-Centric오디오 2007. 5. 2. 14:11
새 오디오를 들여놓으면 당분간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곤 한다. 소리가 그지없이 새롭고 환상적으로 들리다가도 어느 순간엔 뭔가 중심이 틀어지고 겉도는 듯 들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오디오가 자리를 잡기까지 여러 차례 반복되는 듯 하다. 새 기기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런지.
X-Centric과 G8+의 매칭을 따져보자면, 근본적으로 둘이 어울려 뿜어내는 소리의 기본 성향이 양질의 소리임에 분명하다는 판단이다. 흔한 얘기로, 자극이 없으면서도 해상도 뛰어나고 투명하며 에너지가 농밀하면서도 스피디하고 게다가 균형미마저 갖추었다. (허, 이거 심한 자뻑이다.) 한 마디로, 내 귀에 착착 감기는 소리다.
eben의 진한 소리가 EDGE를 만나면서 투명함을 덧입었다. 고역의 입자는 곱고, 저역의 텐션은 수채화와 같은 상쾌함을 간직하고 있다.
eben의 스피드가 EDGE를 만나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Tutti의 첫 곡에서 오케스트라의 총주가 "빵"하고 터뜨릴 때, 터진 소리의 입자들이 급격이 수습되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흐믓하기 그지없다. 'Sheffield Drum' 시디의 마지막 드럼 즉흥 연주, 메탈리카의 곡들, 베토벤 7번 교향곡 등에서 일사분란한 각종 음의 움직임을 감지하노라면 어렴풋이나마 '하이 스피드'란 단어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어제 높은 볼륨으로 들어보니, 위와 같은 음성향은 변함없으되 전반적인 음의 균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말았다. 첫째는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기인한 음의 포화 현상이다. 공간이 소화 가능한 음량을 넘어서니 음이 혼탁해지고 만다. 둘째는 동일한 맥락에서 저역의 양감 과다로 인해 소리가 부풀어 오른 듯 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건 케이블과 전원이 원인을 제공하는 듯 싶다. 셋째는 중저역에서 음이 살짝 흐려지는 경향이 엿보인다. 왜 그럴까. 케이블 때문일까?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의 베토벤 7번 교향곡 4악장의 리드미컬하게 휘몰아치는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가운데 팀파니의 울림이 흐릿흐릿하다.
G8+를 들인 이후 처음으로 고민이 생겼다. 케이블도 이것저것 물려보고 조합도 달리해 보았으나 아직까지 만족스런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당분간은 이런 일이 이어지리라. 이게 오디오 하는 재미려니 한다.